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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언론은 중단없는 과거청산에 동참하라

by 충북·청주경실련 2004. 7. 22.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언론은 중단없는 과거청산에 동참하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중앙언론들의 비난과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1970년대 강제사상 전향공작에 의해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들을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죽음'으로 인정한 것을 두고 극우 보수세력들은 비이성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의 본질을 제쳐 둔 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을 민주투사로 단정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중앙언론은 비인권적인 전향 공작에 대한 저항 행위의 구체적 의미의 전달을 회피한 채 의문사위원회의 성향을 운운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7일 조선, 중앙, 동아는 일제히 사설을 싣고 의문사위원회의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의문사 인정과 강제전향 장기수에 대한 송환 권고 검토를 사실까지 왜곡하며 비난했다.
비전향장기수의 의문사 인정 결정, 국방부 인모 상사의 '총기협박' 사건 등을 놓고 연일 의문사위원회를 흔들던 중앙언론들은 급기야 조사관들의 '전력'을 시비걸어 색깔공세에 나섰다.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중앙, 조선이 문제삼은 조사관들은 모두 사면복권되었고, 법적으로 조사관직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오히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을 특종이라도 되는양 들고 나오느냐 하는 점이다.

2000년 출범 당시부터 위원회는 과거청산의 궁극적 목적이 '진실규명과 화해'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시국사건 전력'을 가진 민간출신 조사관과 군, 경찰, 정보기관 등의 수사기관에서 파견된 조사관들이 함께 일한다는 사실을 '홍보'해왔다.
게다가 '위원회'는 조사관들이 중심이 되는 조직이 아니다. 조사관들은 위원회를 구성하는 9인의 위원들이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 조사의 실무를 맡긴 사람들이다. 조사관들은 위원회의 어떤 결정에도 참여할 권한이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앙언론들이 새삼스럽게 전력을 문제 삼고, 법적 문제가 없는 조사관의 '전력'이 의문사위원회의 활동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양 색깔공세를 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는 '문제의 조사관'들이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 듯이 몰았다.

조선일보가 조사관 두 명의 전력을 이유로 이 정도의 조사권조차 시비를 건다면 이는 사실상 '수사대상 기관'들에 대한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비호'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이면에는 과거청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과거 숱한 인권침해의 의혹을 사고 있는 권력기관의 관련자들을 '비호'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청산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세력들의 반발이며 그 중심에 조선일보 등의 수구언론들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지 않으면 15, 16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보여준 행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의문사위원회는 세 명의 비전향장기수가 ‘민주화운동을 했음’을 밝혀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자살’ 등으로 은폐되었던 이들의 죽음이 권위주의 정권아래 자행된 반인권적인 ‘전향공작’에 의한 것임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 때 ‘민주화운동과 관련’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이들의 죽음이 시기적으로 ‘69년 삼선개헌 이후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벌어진 일이며, 부당한 폭력에 저항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했다’는 관련성으로 해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의문사위원회가 의문사의 진실 규명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비전향장기수가 ‘민주화운동인사로서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판단 문제는 의문사위원회가 아닌 명예회복위원회에서 다뤄질 문제인 것이다.
이들이 ‘민주인사냐 아니냐’를 떠나 누구든 반인권적인 고문으로 목숨을 잃었다면 이는 반민주적 행태이다. 의문사위원회의 결정에서 정작 중요한 사실은 ‘자살’ 또는 ‘병사’로만 공식발표되었던 비전향장기수들의 죽음이 ‘반인권적인 전향공작’에 의한 죽음임을 밝혀내고, 이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 중앙, 동아 등 중앙언론들은 의문사위원회의 결정을 ‘국가기관이 간첩을 민주인사로 만들었다’(중앙일보), ‘비전향장기수들의 사망이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고 결정했다’(조선일보), ‘간첩과 빨치산 출신 장기수의 전향거부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다’(동아일보)며 ‘마녀사냥’식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민주화운동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살해의혹을 가지고 있는 의문사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기구의 성격으로 인해 지난 1,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중에 국정원, 기무사, 국방부, 경찰 등의 가해기관으로부터 비협조와 방해 공작을 수없이 받아왔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법적 활동시한을 끝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3기 구성을 막기 위한 수구보수세력의 다분히 정치적인 탄압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청산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빚더미처럼 짊어지고 있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경험과 성과는 중요하다. 그 미약한 권한으로 인해 진상의 실제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사건들이 많음에도 자살이나 의문사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던 한 많은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밝혀냄으로 해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단초를 마련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강력한 조사권한을 부여하여 의문사 사건들에 대한 실체를 분명히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이 사회의 진정한 정의의 실현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여야의원이 지난 14일 개정 입법안으로 제출한 '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두고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은 '시기상조다'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등의 궁색한 논리를 펼치며 공공연히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색깔론 공세와 더불어 이들이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행위는 오욕된 역사를 청산하는 과정을 방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현재를 지배하며 민주주의를 역행시키는 과정의 일면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앙언론들은 과거 청산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에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지 말 것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폭력이 아닌 토론과 비판의 장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또 지금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비방을 즉각 중단하고 역사를 청산하는 작업에 진지한 성찰의 자세로 임하기를 요구한다. 더불어 정부와 관계기관은 조사권한 강화와 조사대상, 조사기간을 확대한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에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2004년 7월 22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생태교육연구소‘터’, 옥천환경사랑모임, 원불교충북교구, 증평시민회, 청주가톨릭농민회,
청주경실련, 청주여성의전화, 청주환경운동연합, 청주KYC, 청주YMCA, 청주YWCA, 충북기독교협의회인권위원회, 충북민예총,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CCC, 한마음카운슬링센터 (18개단체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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