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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충북·청주경실련

서울고법 제8행정부의 대형마트 판결에 대한 입장

by 충북·청주경실련 2014. 12. 17.

유통법 개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친재벌적 판결 규탄한다
규제 철폐에 편승한 재벌 유통기업의 논리 그대로 수용

법률 字句만 해석해 현 대형마트는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
사회적 합의로 이룬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되돌릴 경우
강력히 행동할 것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재판장 장석조)의 판결이 크나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일, 위 재판부는 6개 대형마트가 동대문구청장과 성동구청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영업시간제한등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충북경실련과 충북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 취지와 중소상인의 현실을 무시한 채 재벌 유통기업의 주장만을 받아들인 위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판결문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음 5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처분 대상이 되지 않는 곳에 처분했으므로 위법하다?
재판부는 대규모점포와 대규모점포 내에 입점해 있는 임대매장은 대형마트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처분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처분이라는 원고 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즉, 법령상 대규모점포란 “매장면적의 합계가 3천제곱미터 이상이고, 식품・가전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인데, 실제로 점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이다. 재벌 유통기업들이 행정처분의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시작하더니, 이제 법령상 정의를 들고나오며 자기 부정을 하는 의도는, 어떻게 해서든 영업규제를 되돌리기 위함이다.

 

둘째, 유통법의 개정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에 대해 ‘건전’의 의미가 무엇이냐며, 도리어 대형마트들이 유통질서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까지 했다. 또한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도 대형마트 등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건강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거나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재량권 불행사 또는 해태한 위법이 있다고 했다. 이는 재판부가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낸 유통법 개정 취지와 합목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한 판결이다.

 

셋째, GATS 및 한-EU FTA에 위배되어 위법이다?
재판부는 대규모점포 종사자들보다 전통시장 중소상인들 및 그의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이 오히려 더 열악하다며 해당 처분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경쟁제한을 위한 위장된 제한의 수단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더 나아가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가 운영하는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처분은 WTO의 GATS를 위반한 것이고 한-EU FTA에도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 역시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개인·법인이 국제 통상조약을 원용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저촉되는 판결이다.

 

넷째, 영업규제 조사결과를 편파적으로 수용하였다.
재판부는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조사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효과’에 대해서는 “사건 처분에 우호적인 단체가 단기간에 조사한 결과”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규제 효과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없고 논란중이라며 해당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재판부가 재벌 유통기업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편파 판결이다.

다섯째, 유통법까지 문제 삼은 월권 판결이다.
재판부는 맞벌이 부부는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렵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은 전통시장을 이용하기 어렵다며,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고 여성의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더하는 방향으로 처분을 한 것이 정당한 이익 형량 결과라 할 수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주관적인 현실 인식에 더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라고 ‘오버’하는 재판부가 딱할 지경이다. 이는 행정 처분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해당 조례의 근거가 되는 유통법 자체를 거론한 명백한 월권 판결이다.

현재 청주지역 대형마트들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재판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청주시, 구 청원군) 소송과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총 3건이다. 우리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우리 지역의 재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주지하다시피,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이 명시된 유통법 개정은 충북지역 상인들의 투쟁과 눈물로 이뤄낸 성과이다. 따라서 재벌 유통기업들이 ‘규제 철폐’를 주장하며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규제를 무력화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음을 선언한다.


2014년 12월 17일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충북지역경제살리기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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