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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 발표에 대한 입장

by 충북·청주경실련 201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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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실효성 없는 대책을 비판한다


정부는 오늘(29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대책’을 발표하였다. 경실련은 상당한 시일을 두고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해 나왔다는 이번 정부 대책에서도 여전히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해소와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가 과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대‧중소기업간 관계에서 대기업이 일방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장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불공정한 관행들을 근절하는 구조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대책에는 이러한 구조적인 접근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실효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마저 실종된 가운데 각종 대책들이 제시되면서 그 실효성을 의심케하고 있다. 또한 납품대금 감액 입증책임 전환, 2차 이하 협력사로의 하도급법 적용 확대, 추진점검체계 구축 등은 과거에 발표되었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어서 이번 발표가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먼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문제의 핵심이었던 대기업의 납품단가 부당 인하와 관련, 정부가 핵심 대책으로 내놓은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 조정신청권 부여는 현실을 외면한 눈가리고 아옹식의 대책에 불과하다. 납품단가 문제의 본질은 분쟁이 일어났을 때 대기업의 보복행위와 이를 두려워 한 중소기업들이 소극적인 대처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 분쟁조정을 신청한 중소기업의 35%가 분쟁 조정 후 보복성 불이익을 당했으며, 거래가 계속 유지된다고 답한 기업은 4.7%에 불과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52%는 거래단절이 두려워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그냥 참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납품단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남품단가조정협의의무제가 정부‧여당도 자인한 바와 같이 유명무실하게 된 것이다.

정부 대책대로라면 조정신청권을 업종별 협동조합에 부여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하도급업체가 개별 회사의 힘만으로 대기업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현재의 대‧중소기업간 관계를 감안할 때 여전히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조정협의에 임하지 못한다는 것은 쉽게 예상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요구해 왔으며, 최소한 업종별 협동조합에 조정신청권이 아닌 협의권을 부여해 집단교섭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해왔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그 바람을 외면하고 만 것이다.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중소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또다시 무산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현행법상으로 중소기업들은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를 입어도 공정위에 신고만 할 수 있을 뿐 직접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고발 권한은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실적은 전체 처리건수의 1.2%에 불과하고, 하도급법 위반 처리건수 중 고발실적은 0.6%에 불과해 오히려 공정위가 대기업 불공정거래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대기업과의 분쟁에 들어가면 사업을 그만두어야 할 정도의 치명적인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징벌적 배상제 도입은 대기업으로 하여금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예방효과를 도모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두 제도의 도입이 이번에도 무산된 것은 정부가 진정으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케 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사회적 현안으로 제기되어 온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 언급조차 없다는 점은  벼랑 끝으로 밀려 있는 중소상인들을 우롱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관련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 개정안은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해당상임위인 지식경제위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와 여당이 통상분쟁을 이유로 상생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면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 허점을 놓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SSM의 수를 늘려왔다. 올해 상반기에만 114개가 늘어나면서 2007년 353개였던 SSM은 이제 800여개에 육박하고 있다. 가맹점 형식의 편법 개설도 사업조정대상에 포함시키는 상생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사이 가맹점 형식의 SSM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중소상인들은 자신들의 영업차량까지 불태워가면서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SM 규제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소상인들을 아예 고사시키겠다는 입장과 다를 바 없다.

이번 대책이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그동안 상투적으로 제시해왔던 방안들보다는 일부 진일보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대‧중소기업간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핵심적인 대책이나 규율방안 없이 자율 상생, 사회적 책임 등의 변죽을 울리는 방안들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의 숱한 대책 발표들이 결국 말잔치로만 끝난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경실련은 이번 정부 발표가 대‧중소기업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아닌 알맹이 없는 미봉책임을 밝히며, 이번 정기국회 기간 동안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고 진정한 동반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핵심과제들이 제도화 될 수 있도록 활동해나갈 것임을 밝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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