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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관련 입장

by 충북·청주경실련 2008. 5. 22.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인식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대국민담화를 통해 쇠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한미 FTA비준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드러난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 인식으로는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없고,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대통령은 현 상황을 초래한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해 여전히 ‘국제기준’을 거론하며 안전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EU나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상황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이미 한미 쇠고기 협상은 굴욕적이었고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런 잘못된 협상을 시정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게 했다는 보완협의를 갖고 이를 통해 안전성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 합의서에 명문화한 것도 아니고 한미 당국자의 서한을 첨부하는 방식이어서 강제성과 효과성이 약하고 향후 통상 분쟁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현재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내용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이 보장될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안정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여론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대통령은 한미FTA 비준의 국민적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이미 FTA문제는 쇠고기 문제와 분리하여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원래 쇠고기 협상과 FTA문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나 미국 측이 FTA 선결요건으로 쇠고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하여 조공 바치듯이 졸속으로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하여 오늘의 상황을 초래하였다.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뻔히 인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 없이 FTA문제의 해결만을 바라는 것은 적절한 태도라 볼 수 없다.
아울러 FTA 그 자체만으로 볼 때에도 우리 국회가 미 의회에 앞서 먼저 비준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알 수 없다. 미 의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FTA비준에 소극적이고, 12월 대선 때문에 미 의회가 6월말이면 휴회가 들어가는 일정을 고려하면 설령 우리가 비준하더라도 미 의회가 비준할 리 만무하다. 특히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이 한미 FTA 타결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대선결과에 따라서는 전면적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국회비준에 급급하기보다는 미국의 정국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우리나라의 국익을 우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FTA로 인한 국내 피해산업과 종사자들에 대한 분명한 대책 마련이 없이 대통령과 정부가 비준에만 신경을 쓴다면 이 사안이 또 다른 국론분열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셋째,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고 싶었으나 FTA문제나 쇠고기 문제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대통령의 주장 또한 큰 문제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개발연대 시기에나 통용될 수 있는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재벌이나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토건사업 중심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인식에 불과하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하여 경제 살리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물가불안 상황도 겉으로는 대외요인으로 돌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도적으로 환율 문제에 개입하여 시장에 엉뚱한 신호를 주면서 도리어 물가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기조의 수정 없이 마치 FTA문제나 쇠고기 문제로 경제 살리기를 못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의 선후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쇠고기 문제가 아니더라도 현재 이명박 정부는 불과 출범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지지율 20%에 머무는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여론의 수렴 없는 졸속적인 정책발표, 인사실패, 법률 규정을 위반한 과도한 인사개입, 언론통제, 대책 없는 대북정책 등 국정 전 분야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는 실정으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까지 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담화에는 이러한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대한 개선의지가 없다. 따라서 국민들이 향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신뢰할 수 없고, 불안감으로 정부를 지켜보아야 하는 불행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경실련은 이명박 대통령이 즉시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전면적 재협상 의지를 밝히고 동시에 근본적인 국정쇄신 방안을 제시하여 국민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 국민들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8년 5월 22일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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