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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인도 오로빌 공동체의 삶과 교육 이야기

by 충북·청주경실련 2017. 5. 17.

 

 

인도 오로빌 공동체의 삶과 교육 이야기

 

갑작스레 경실련에서 웬 오로빌 공동체 얘기인지 의아한 회원도 계셨을 것이다.

배경 설명을 하자면 충북·청주경실련 공동대표로 계신 신철영 공동대표께서 지난 2, 김은혜 사모님과 오로빌 공동체를 방문한 인연 덕분이다. 오로빌에서 만난 한국인 서진희 씨와 마이클(Michael Harmjanz) 부부가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신 대표님이 계신 괴산(숲속작은책방)과 청주에서 급하게 강연 프로그램이 추진됐다.

 

비교적 최근 보도된 한겨레신문기사를 읽어 보니, 오로빌 공동체에선 일의 종류와 상관없이 월 1만루피(173천원) 정도의 생활유지비(혹은 기본소득)가 지급되고, 가히 어린이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마음껏 놀고, 억압받지 않고,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발현하게 하는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로빌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충북연대회의 교육위원회와 경실련 공동 주최로 특별초청 강연을 준비했다.

 

 

이 글은 오로빌 공동체에 관심은 있었으나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요약본이다. 서진희 씨와 마이클은 어떻게 오로빌에 오게 됐는지, 지금 행복한 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로빌 공동체 기사 참조

인도 오로빌 자기로 살면 누구나 천재가 된다(2017.2.22)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783656.html#csidx16d9ba57cc2de8aa2a52b1a163a6df8

 

50년 동안 실험과 도전 거듭하는 경제공동체, 인도 오로빌(2017.3.8)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85648.html#csidx084a38dc05fa4cd90c8299aa7681d00

 

 

 

오로빌 공동체 이야기

오로빌은 인도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다. 1968년부터 공동체를 시작했으니,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다. 처음 설계할 땐 5만 명이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2500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오로빌은 인류 화합을 위한 실험을 진행중이다. 오로빌 공동체의 특성은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eversity)으로 설명된다.

 

 

오로빌엔 법이나 규칙이 없다. 구성원들의 꿈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는 오로빌 헌장으로 설명된다. 오로빌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으며, 끝없는 교육의 장, 지속적인 발전의 장이자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음의 장이다.

 

오로빌리언(오로빌에 정착한 사람들)49년간 몇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숲으로 가꾸었다. 오로빌에선 토지뿐 아니라 건물도 오로빌 공동체의 소유다. 100개가 넘는 주거형태가 있지만, 개인은 그 집에 살 권리만 있을 뿐이다.

 

오로빌리언들은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상하수도 시스템이 안돼 있기 때문에 마을에 웅덩이를 만들어 빗물을 저장하고, 정화 시스템을 만든다.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해 한번에 천 명이 식사할 수 있는 쏠라키친을 운영하고 있고, 인도에선 유일하게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마켓엔 가격표가 없고, 개별 포장도 없다. 3인 가족 기준 월 17만원을 내고 필요한 만큼, 먹을 만큼 장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옷은 아나바다 장터같은 프리스토어에서 고른다.

 

오로빌에선 최소생계비로 1인당 30만원 씩 지급한다.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이지, 월급 개념은 아니다. 풍족하진 않지만 공동체 안에서 평생교육, 대안치료(의료), 스포츠 및 예술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이클 이야기

마이클은 오르빌에 오기 전, 미국 대학에서 청년들을 가르쳤다. 독일 태생으로 미국에서 연구자로 있다가 친구를 통해 오로빌 공동체를 알게 됐다. 그땐 그냥 지나갔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조건에 맞추고 책임감에 눌리고 편의성을 생각하다 보니 꿈이 희석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긴 했지만..

 

그러다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마이클이 살던 곳이었다. 아들과 살던 집이 무너졌다. 집이라는 물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아들과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한편으론, 재난 상황을 돕기 위해 찾아온 자원활동가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때 오로빌이 떠올랐다. 그래, 떠나자!

 

마이클은 오로빌에서 직업학교 매니지먼트로 일했다.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5~6년 정도 일하다 보니, 오로빌 헌장이 선포하는 것처럼 끊임없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 자문하게 됐다. 학교가 아니라 오로빌을 캠퍼스로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삶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long-term study program)을 기획하게 됐고, 2년째 진행중이다.

 

마이클의 교육은 ‘Swadharma Pedagogy’로 표현된다. Swadharma본질에 가까운 것이란 의미인데, 청년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뭔지 발견하고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결혼과 취업 준비에 찌든 청년들, 방황하는 아이들(18~28)을 대상으로 15~20명 모집한다. 이 프로그램은 5주간 진행되는데, 처음 1주일간은 청년 스스로 내 본연의 모습이 뭘까?’ 연구하고 기획하도록 한다. 보는 것을 통해 발견하도록 멘토와 연결해 주고, 남고 싶으면 인턴십 과정을 거친다. 이땐 공동체에 거주하면서 풀타임 근무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교육과정이 끝난 후 원하면 장기체류도 가능하다.

 

마이클은 인도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도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여건이 된다면 세계 청년들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서진희 씨 이야기

아들 은수와 오로빌 공동체 안에서 교육 실험을 통해 젊고 활기찬 학교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대안교육은 기존 교육의 반성으로부터 나왔는데, 편의성 때문에 다시 학교 교육을 따라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교실과 교실 밖의 경계를 허물고, 아예 교실이 없는 학교를 운영한다. 야생 생활 체험을 위해 10일간 아이들과 길 위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관대함, 너그러움, 겸손 등과 같은 가치를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교육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시간표로 분절되지 않고, 일대일 맞춤교육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자원활동가의 힘이다.

 

오로빌엔 가르치는 사람은 없고, 가이드와 조력자만 있다. 커뮤니티 내에서 뭐든 할 수 있지만, 서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오로빌에선 매주 한 번, 중요한 회의를 연다. 전세계 50개국에서 모였으나, 누가 누구를 가르치지 않는다. 스스로 성찰하고, 존중과 배려에 대한 훈련이 잘 되어 있다. 듣기 훈련을 통해 소통한다.

 

오로빌은 개개인의 성장을 통해 공동체가 성장한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우리나라 언론에 비쳐진 것처럼 오로빌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완성된 공동체도 아니다. 인도의 여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덥다. 불편한 것 투성이다. 처음 오로빌에 와서 지금 집에 살기까지 아홉번이나 이사를 다녀야 했다. 만일 내가 이곳에서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재미없다면 허탈했을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다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라서 좋다. 

 

 

·정리 /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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